[전쟁이 만든 패션]피코트, 카디건, 세일러복이 패션이 되기까지
클래식의 유산: 군복에서 일상으로
— 피코트, 카디건, 세일러복이 패션이 되기까지
전쟁터에서 탄생한 상의류들은 전후 시대에 접어들며 민간 복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해군과 육군에서 착용하던 의류들이 그 실용성과 단정한 실루엣 덕분에 대중에게 빠르게 수용되었고,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멋과 고급스러움을 상징하는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1. 피코트 (Pea Coat): 바다에서 온 신사의 외투
피코트는 원래 18세기 네덜란드 해군에서 시작된 두꺼운 울 코트다. 이름의 유래는 영어 단어 ‘pilot cloth(파일럿 클로스)’에서 비롯된 ‘피 코트’(P-coat)로, 해상 활동에 최적화된 방한복이었다.
19세기에는 영국 해군과 미국 해군도 이를 채택했고, 특히 미 해군 제복으로 상징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 두툼한 이중 울 원단, 더블 브레스티드 버튼 구조, 넓은 칼라가 대표적인 디자인 요소다.
현대에는 Ralph Lauren, Brooks Brothers 등 클래식 브랜드에서 재해석하여 정장과 캐주얼 모두 어우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랑받는다.
2. 카디건 (Cardigan): 전선의 따뜻함이 니트웨어로
카디건은 1854년 크림전쟁에서 실존 인물이었던 제7대 카디건 백작(James Brudenell)이 착용한 니트 외투에서 유래되었다. 전쟁 중 부상병에게 옷을 쉽게 벗기기 위해 앞트임 구조로 제작된 것이 시초이며, 이후 귀족 계층에서 점잖고 실용적인 니트웨어로 확산되었다.
1920년대 코코 샤넬이 여성복에 도입하면서 성별 구분 없이 사랑받는 디자인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클래식한 V넥부터 크롭, 오버사이즈 형태까지 폭넓게 발전하였다.
3. 세일러복 (Sailor Suit): 군복에서 교복, 그리고 패션으로
세일러복은 원래 19세기 해군 갑판 제복이었다. 특유의 넓은 옷깃과 네이비 톤, 스카프 장식은 바닷바람 속에서의 의사소통과 비상탈의를 염두에 둔 기능적 설계였다.
1846년, 빅토리아 여왕이 아들 에드워드 왕자에게 세일러복을 입힌 후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어린이 복식으로 유행하였고, 20세기에는 일본 교복 시스템에 채택되며 동아시아의 대표적 교복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에는 하라주쿠 패션, 코스프레, 레트로 유니폼 스타일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 요약
- 피코트: 해군의 방한복 → 클래식 울코트
- 카디건: 전장 니트웨어 → 남녀 모두의 기본 아이템
- 세일러복: 해군 제복 → 교복과 패션 아이콘
이들은 모두 ‘군복’이라는 공통된 기원을 지닌 옷이지만, 시대를 거치며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적 의미를 더하며 현대 패션의 일부로 융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