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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롤렉스 GMT-마스터 II ‘배트걸’ – 3년 실착 솔직 후기

헤리호 2026. 2. 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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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년차 롤렉스 GMT배트걸

Rolex를 처음 매장에서 성골로 구매했던 2023년. 그 시절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지금보다 더 핫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롤레조모델-소위 콤비라 불리는제품들-은 거르고 나오기도 한다지만, **“매장에서 뭐든 주면 일단 감사히 산다”**는 상황이었습니다.

제 손목 위에 있는 '배트걸(126710BLNR)'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간절히 원했던 시계도 아니었고 GMT-마스터 II 시리즈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던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스틸 스포츠 모델이니 가치는 있겠지"라는 막연한 판단으로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1. 선택의 맥락: ‘선택’이 아니라 ‘만남’이었다

첫 성골한 녀석. 심지어 그땐 구매 완료 하고도 매장에서 사진을 못찍게 했었다.

당시 매장 상황에서 배트걸은 제가 고른 시계가 아니라, 제 앞에 처음 놓인 기회였습니다.

  • GMT 마스터에 대한 특별한 선호 없음
  • 쥬빌리 브레이슬릿에 대한 호불호 고민 없음
  • '배트맨(오이스터 브레이슬릿 모델)'과의 비교조차 사치였던 시절

지금 와서 보면 무모한 구매일 수 있지만, 당시엔 "다음에 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이 무모했던 만남이 결과적으로 제 시계 생활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2. 디자인과 착용감: 쥬빌리의 범용성, 그리고 한계

베젤에 작은 찍힘이 정말 많이 생겼다. 전투육아의 훈장

3년을 차면서 느낀 쥬빌리 브레이슬릿의 특징은 명확합니다. -정말 '파워실착' 했다-

✅ 쥬빌리 브레이슬릿의 강점

배트걸의 쥬빌리는 확실히 오이스터 브레이슬릿보다 어울리는 옷의 폭이 넓습니다. 셔츠, 니트, 재킷 같은 세미 포멀한 복장이나 출근 룩에서 쥬빌리는 특유의 화려함으로 '툴 워치'의 거친 느낌을 적당히 중화시켜 줍니다. 부드러운 착용감은 덤입니다.

⚠️ 아쉬운 순간

다만, 아주 편안한 트레이닝복이나 스트리트웨어, 여름철 반팔과 반바지 조합에서는 가끔 오이스터 브레이슬릿의 묵직한 투박함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 결론: 쥬빌리는 활용 범위가 넓지만, 극단적인 캐주얼에서는 오이스터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3. GMT 기능: 현실적인 활용과 불편함

 

GMT-마스터 II의 정체성인 '멀티 타임존' 기능. 3년간 실착하며 느낀 솔직한 사용 빈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제가 실제로 GMT 핸즈를 사용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1. 24시간 핸드를 한국 표준시에 고정
  2. 시계가 멈췄을 때, 현재 시간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직관적으로 구분

오히려 현실적인 불편함은 세팅의 번거로움에서 옵니다. 시침만 따로 움직이는 '점프 아워' 방식은 편리하지만, 2주 이상 시계를 안 차다가 다시 날짜를 맞추려면 서브마리너 같은 논데이트나 일반 데이트 모델보다 체감상 과정이 길게 느껴집니다.


4. 3년 실착 후 남은 인상: "무난함이 주는 영속성"

합성아니고 진짜 현장 일하러 갈 때도 찼었다

배트걸은 처음부터 "와, 이건 내 인생 시계다"라고 외치며 가져온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곁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 튀지 않는다: 파란색과 검은색의 베젤(파검)은 의외로 차분합니다.
  • 질리지 않는다: 강렬한 개성은 없지만, 그래서 어떤 날에도 "오늘 이 시계는 좀 이상한데?" 싶은 날이 없습니다.
  • 데일리 워치의 정석: 일상에서 배제되지 않는 무난함, 그것이 배트걸이 가진 최고의 헤리티지였습니다.

5. 결론: 30대 남성에게 배트걸을 권한다면

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배트걸을 추천하느냐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GMT 기능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어떤 복장에도 고민 없이 차고 나갈 롤렉스를 원한다면 추천합니다."

특정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는 범용성, 그리고 '잘 샀다'는 만족감보다 '계속 차게 된다'는 실용성이 중요한 30대 남성에게 배트걸은 충분히 훌륭한 선택지입니다. 의도하지 않았고 깊이 고민하지 않았지만, 3년을 함께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계에 내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평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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